범의귀과/괭이눈

[도서]한국의 야생화 - 괭이눈

비단순주 2017. 3. 26. 10:44

과명 : Saxifragaceae

학명 : Chrysosplenium grayanum Maxim.


[도서]한국의 야생화

이유미 저  다른세상  2017년 4월


괭이눈은 맑은 물이 흐르는 숲의 샘 근처나 하늘을 덮을 만큼 나무가 우거겨 습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에서 자란다. 괭이눈은 꽃은 물론이고 꽃의 바로 옆에 있는 잎도 노란색이어서 매우 특색 있고 아름답다. 샛노란 가루가 뒤덮인 작은 꽃송이와 살짝 보이는 수술이 마치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 하여 괭이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날 숲에 가 보면 신기하고 재미난 식물이 있다. 키재기를 하듯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하도 독특하여 못내 이름이 궁금해지곤 하는데, 그래서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이 특별한 식물의 이름이 그 모양새 못지않게 특별한 괭이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웬만해선 잊혀지지 않는다.

이름까지 알고 나서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4장의 꽃잎이 오므라져 있는 모습이 고양이 눈처럼 신비롭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처럼 사랑스럽다. 사실 이름만 생소할 뿐 봄 숲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우리 꽃이다. 만일 자주 산행을 하면서도 괭이눈을 보지 못했다면 분명 이른 봄에 산을 찾지 않은 게으름뱅이일 것이다.


생김생김

괭이눈은 숲 속 맑은 물이 흐르는 샘물가, 혹은 하늘을 덮을 만큼 나무가 잘 우거져서 일정한 습기가 유지될 수 있는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 나라에는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전국의 곳곳에서 자란다. 다 자란 식물의 크기는 한 뼘쯤 된다. 마주 나는 잎은 모양이 둥글어 달걀형이거나 원형에 가깝고 가장자리에 둥근 톱니가 있다. 꽃은 이른 봄에 피는데 4장의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달리고, 그 속에 또한 4개의 수술이 들어 있다. 괭이눈은 꽃뿐 아니라 꽃 바로 옆에 있는 잎 또한 노란색이어서 더욱 특색 있고 아름답다. 꽃이 지면 6월쯤 열매가 익는다. 열매의 종류는 삭과(蒴果,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고 칸마다 씨가 있는 열매)로 익으면 두 갈래로 벌어져 고양이 눈처럼 생긴 까만 씨앗이 드러난다. 이 씨앗을 뿌리거나, 꽃이 지고 난 후 옆으로 뻗으면서 간간이 뿌리를 내리는 줄기를 잘라 심어도 된다.


비슷한 식물 구별하기

괭이눈과 비슷한 종류가 여러 개 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종류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 애기괭이눈은 잎이 어긋나며 털이 많고, 줄기에 달리는 잎에 톱니가 3개 있어 괭이눈과 구별된다. 잎은 괭이눈보다 훨씬 작다. 털괭이눈은 괭이눈처럼 잎이 마주 나지만 잎과 줄기에 털이 있는 것이 다르다. 산괭이눈은 잎이 어긋나고 잎과 줄기에 털이 많으며, 줄기에 달리는 잎에 톱니가 여러 개 있고 잎겨드랑이에 눈이 달리는 것이 괭이눈과 다르다. 오대산괭이눈은 잎에 털이 많지 않으며, 줄기에 잎이 1장만 달리는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이처럼 다양한 괭이눈속 식물들은 생김새나 서식지, 특성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물길 옆에 종류별로 모아 심으면 아주 보기가 좋고 재미나다.


여러 가지 이야기

왜 괭이눈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샛노란 가루가 뒤덮인 작은 꽃송이와 살짝 보이는 안쪽이 수술이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빛내는 괭이, 즉 고양이 눈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이 이름도 동물 이름인데 과의 이름도 동물 이름이다. 범의귀과, 즉 '호랑이의 귀'과에 속하니 이 또한 재미있다.

속명 크리소스플레늄Chrysosplenium은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크리소스chrysos와 '비장脾臟'을 뜻하는 스플린spleen의 합성어이다. 특히 티베트에서는 담에 이상이 있을 때, 간염 · 황달과 같은 증상에 괭이눈과 유사한 식물을 처방한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괭이눈의 효능을 따져 볼 만하다.


어떻게 쓰이나?

우리 나라에서는 괭이눈을 약으로 본격적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괭이눈과 가까운 식물을 생약명으로 금전고엽초라 하여 약으로 쓴 기록이 있다.

그리고 괭이눈과 어린순은 잘라서 나물로 먹어도 된다. 또 괭이눈을 관상용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괭이눈 종류 가운데 몇몇 종은 그 빛이 아주 화려하고 고와서 물가나 그늘진 나무 밑에 심으면 매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계류조경에는 반드시 괭이눈이 있어야 구색을 맞출 수 있다. 물이 흐르는 돌에서 자라는 괭이눈는 크기가 작아 초물분재의 재료로도 좋다.


어떻게 키우나?

5월에 딴 씨앗을 습윤한 조건에서 뿌려도 되고, 줄기를 잘라 심어도 뿌리가 잘 나온다. 씨앗을 따서 약간 축축하고 차광이 되는 파종상에 바로 뿌려야 한다. 이듬해 봄에 보통 싹이 나며 이를 옮겨 심으면 다음해에 꽃을 볼 수 있다.

잘 키우려면 건조와 고온에 주의해야 한다. 괭이눈의 자생지는 주로 깊은 계곡의 반 그늘지고 서늘한 습지이므로 습도와 기온만 유의한다면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퍼져 나간다. 꽃이 진 뒤에도 마치 바위떡풀처럼 물기 있는 바위틈에 붙은 채로 오래도록 남아 있다. 추위에 강한 편이다. 토양은 물론 비옥한 곳이 좋고, 지하부가 습하면서도 통기성이 좋아야 한다. 즉, 옆에 물이 흐르는 바위틈 정도가 가장 좋다.


괭이눈 꽃이 만든 작은 괭이눈은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귀여운 괭이눈이다. 움직이는 동물의 눈 속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는 이라도 이 풀을 바라보면 따뜻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귀엽다.